건 강

치매에 대한 이해

천국생활 2007. 3. 12. 11:42
△ 노령인구가 늘면서 치매는 이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기억감퇴 등 초기증상이 나타날 때 일찍 진단을 받아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인구센서스에서 65살 이상 노인이 전 인구의 5.9%이던 것이 2000년에는 7.1%로 늘어나 유엔이 규정한 `노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됐다.

오는 21일은 제7회 세계치매의 날이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치매인구가 급증해 치매 유병률은 65살 이상 노인 가운데 현재 약 8%에 머물고 있지만 2020년에는 1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는 나이가 들면서 뇌의 질환으로 인해 기억력 등 지적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질병으로 옛날에는 나이가 많아지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노망' 또는 `망령' 정도로 여겨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치매가 단순히 정상노화 과정에서 오는 인지 기능의 감퇴와 구별되는 특별한 질병으로 분류돼 갖가지 연구와 치료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치매는 조기발견하면 치료가 가능  

현재 치매의 원인으로는 약 70여가지가 알려지고 있지만 노인성 치매로 불리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이거나 혈관성 치매(다발성 경색 치매)가 대부분이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서서히 발병하므로 초기에 가족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뇌에 아밀로이드라고 하는 단백질이 누적되고 기억력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 신경전달 물질 아세틸콜린이 감소돼 생기는 질병으로 알려지고 있다.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달리 갑자기 발병하는 것이 특징이다. 동맥경화나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흡연 그리고 고지혈증 등이 있는 사람에게서 반복적으로 뇌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죽기 때문에 생기는 병이다.  

치매 증상은 기억력 장애가 특징  

치매에 걸렸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으로 기억력 감퇴와 하고 싶은 언어표현이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또 방향감각이 떨어지고 계산하는데 자꾸 실수하고 성격이 변하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발병 초기단계를 넘어섰을 가능성이 많다. 또한 언어의 반복, 실인증, 실어증이 나타나며 복잡한 일을 수행하거나 글쓰기를 할 능력이 상실된다. 이같은 증상이 지속되면 망상, 환상, 자살 등의 소동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기억 감퇴 증상이 나타나면 치매 초기임을 확인하기 위해 전문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  

정확한 치매의 진단이 치료의 첫걸음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약물은 아직 없으나 미국 식품의약국이 공식인정한 태크린은 인지기능의 장애를 완화시키고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또 태크린을 항우울제, 항불안제, 항정신병 약물 등과 함께 사용하면 치매 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불안 초조, 우울증, 망상, 환각 등의 정신증상, 난폭한 행동, 그리고 수면장애 등을 치료하는데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혈관성 치매의 치료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증, 심장병, 흡연, 비만, 운동부족 등 혈관성 치매를 일으키는 위험요소를 모두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혈관 안쪽이 좁아져서 혈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아스피린이나 티크로피딘 같은 항혈소판제를 투여하고 경동맥이 좁아진 경우는 수술을 받기도 한다. 한방에서 치매 치료는 사상체질 중 태음인은 조위승청탕가감방, 소양인은 형방지황탕가감방, 소음인은 십이미관중탕가감방과 사향소합원을 주로 활용한다. 또한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초기에는 침 치료를 하는데, 각 체질에 맞는 침 치료법을 선택한다. 이 가운데 태극침법이라는 특수한 치료법이 있는데 1~3개월 동안 손발에 침 1~3개 정도를 시술하기 때문에 매일 맞아도 기운이 빠지지 않아 50대 이상의 치매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한편 치매를 예방하려면 평소 당뇨병과 고혈압 등 성인병을 조심하고 꾸준한 운동과 함께 머리를 활용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노후계획을 세우고 은퇴 후에도 긴장을 풀지 않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며 유행 등에 민감하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치매의 대가’ 서유헌 교수의 재미있는 腦 이야기


“인고(忍苦)하는 여성보다 바가지 긁는 여성 뇌가 더 건강”

 
 

공부가 뇌를 살린다

 

▼ 뇌 건강에는 적절한 ‘공부’가 최고라던데 사실인가요.

 

“맞아요. 지적인 자극이 가해지면 신경전도가 일어나고 신경가지가 두터워져요. 신경회로가 넓어지는 거죠. 막힘없이 신경흥분을 전할 수 있게 됩니다. 평생 즐겁게 공부하는 학생으로 살 수 있으면 뇌 건강에는 좋아요. 수수께끼나 퍼즐을 푸는 것도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죠. 뇌는 적절하게 쓰지 않으면 신경세포와 회로가 점점 사라집니다. 공부를 하면 뇌의 구조가 변하죠. ‘적절하게 사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잃어버린다(Use the brain or lose it)’는 원칙에 따라 뇌는 유연하게 변합니다. 치매라는 게 독작용을 하는 단백질 조각(아밀로이드) 때문에 뇌신경세포가 망가져서 생기는 병이잖아요. 이렇게 되어도 일부 안 망가진 기능이 남아 있는데, 공부를 하면 적절한 자극이 가해지면서 신경기능의 일부가 살아나서 망가진 뇌 기능을 보충합니다. 뇌에도 줄기세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적절한 자극이 주어지면 줄기세포가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치매증세가 완화될 수 있는 거지요.”

서 교수는 “운동도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면서 “적당히 운동을 하면 뇌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동을 하면 줄기세포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날 수 있으며, 늙은 신경세포 간에 연결망이 생기고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켜 뇌 세포에 더 많은 영양과 산소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단 운동은 오전에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오후에 운동을 하면 심장을 흥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장수하려면 소식(小食)을 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사람은 아닙니다. 쥐의 경우는 소식이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걸 발견했어요. 요즘 지나치게 웰빙 식단을 강조하는데 뇌 건강에 안 좋아요. 영양이 결핍되면 뇌 기능이 떨어지죠. 기억력이 감퇴되고 우울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신경회로 간 명령이 잘 전달되려면 신경전달물질이 잘 만들어져야 하잖아요. 이런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원료가 음식물입니다. 신경회로 말단부에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공장이 있어요. 그 공장을 돌릴 수 있는 것이 각종 영양분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 다이어트 한다고 안 먹으면 영양이 떨어지고 뇌기능도 떨어집니다. 뭘 자꾸 잊어버리게 되는 거죠. 기억을 관장하는 뇌가 잘 돌아가려면 고단백음식이 적당히 필요해요.”

 

▼ 각종 성인병과 심혈관계 질환 때문에 지방섭취를 줄이자는 추세인데 뇌 건강에는 어떻습니까.

 

“큰일 나죠. 지방섭취도 줄여선 안 돼요. 지방은 세포신호 전달에 관여하고 신경세포막을 정상기능으로 유지하게끔 합니다. 장기 중에 뇌가 가장 많은 지방을 함유하고 있어요. 지방이 신경기능의 핵심이거든요. 고지혈증, 동맥경화증으로 기피하는 분 많은데 치매를 예방하고 뇌를 건강하게 만들려면 지방을 줄여선 안 됩니다. 요즘 문제가 되는 트랜스 지방은 좀 줄여야 하겠지만 음식에서 섭취되는 자연적 지방은 너무 줄여선 안 됩니다.”

 

뇌의 밥은 쌀밥

치매치료를 받고 있는 노인들. 이제 부부 둘 중 한 사람은 먼 훗날 치매에 걸린다.

▼ 뇌에 좋은 음식이 따로 있나요.

 

“탄수화물이에요. 뇌 신경세포가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해요. 쌀밥과 콘플레이크 같은 탄수화물이 뇌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겁니다.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은 항우울제인 세로토닌 같은 걸 많이 만들어내거든요. 우울할 땐 탄수화물 섭취가 도움이 돼요. 당분이 뇌 건강엔 좋아요. 한창 공부할 때에는 밥 많이 먹고 빵도 좋아하고 단 것을 좋아하는 걸 말리면 안 돼요.”

서 교수는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머리가 안 돌아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분을 섭취해야 뇌가 활동해요. 아침 식사를 거르면 포도당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뇌가 활동을 줄입니다. 아침은 밥으로 먹는 게 최고예요. 아침 안 먹으면 시상하부 속에 식욕 중추가 흥분하게 되는데 이걸 가라앉히는 게 혈당입니다. 아침은 밥으로 꼭 먹어야 해요.”

최근 우울증과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장애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19세 이하 환자가 2003년에는 2만6000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만6000명으로 늘어났다는 것. 청소년 자살상담 건수도 2003년에 57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400건으로 크게 늘었다.

서 교수는 “청소년의 우울증은 지나친 학습이 원인인데 이 때문에 뇌에 과부하가 걸리면 우울증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했다.

“뇌 발달에 적합한 교육을 시켜야 해요. 영유아기 땐 뇌 회로가 엉성합니다. 아기들은 머리를 흔들거나 때리면 뇌손상이 온다고 하잖아요. 이를테면 앞쪽 뇌는 발달하고 있는데 뒤쪽 뇌는 엉성한 거죠. 가늘고 엉성하게 연결된 미성숙 회로를 전선줄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거기에 많은 전류를 흘려버리면 과부하가 걸려 불이 나겠죠. 막 태어났을 때의 뇌는 성인의 25% 밖에 안 됩니다. 생후 3년 후가 되면 1000g 정도가 됐다가 10세까지 꾸준히 자라서 성인이 되면 1300~1500g이 되는 거예요.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3세까지 일생 중 신경회로가 가장 많이 발달해요. 잠깐 스치면서 듣고 보고 배운 정보가 입력이 되기 때문에 일관되고 고른 자극을 줘야 하고 편중되지 않은 자극이 중요합니다. 3세부터 6세까지는 전두엽이 빠르게 자라는 시기예요. 전두엽은 판단하고 사고하고 느끼는 모든 걸 관장하죠. 이때 인간성이 길러지는 겁니다. 초등학생을 자꾸 암기교육에 시달리게 하는 건 뇌에 좋지 않아요.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본기를 다져야 해요. 예의를 가르치고 도덕을 가르쳐야 해요. 인성교육을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린 이 시기부터 대입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음이온을 마셔라

 

서 교수와 대화를 하다가 불현듯 옛말이 떠올랐다. “말이 씨가 되고, 노래 따라 팔자 간다”는 운명타령 구전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말보다 더 황당하고 비과학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서 박사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는 “평소 밝은 노래를 부르는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의 뇌가 건강한 뇌”임을 강조했다. 뇌가 건강해서 명랑한 건지, 명랑해서 뇌가 건강한 건지는 정확하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긍정적인 사람의 뇌와 부정적이고 우울한 사람의 뇌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이다. 뇌 기능의 차이가 운명을 결정짓는 키워드라는 얘기였다.

 

“뇌에 가장 안 좋은 것이 고립되는 외로움입니다. 쥐에게 장난감을 주고 친구 쥐와 놀게 했을 때와 혼자 고립시켰을 때를 비교했는데요. 친구와 놀게 한 경우 뇌 무게가 10% 증가했습니다. 재미있고 신선한 자극이 뇌 건강에 좋은 거죠. 쥐 세계도 세대차이가 있습니다. 늙은 쥐와 젊은 쥐를 같이 넣었더니 늙은 쥐는 좋아하고 젊은 쥐는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정말 젊은 쥐의 뇌 무게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나이 들수록 사회생활이 필요한 거죠. 뇌가 건강해야 치매도 안 걸리고 병을 이길 수 있는 겁니다.

 

이제 은퇴하고도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 아닙니까. 적절하게 머리 식혀가면서 사는 게 참 중요해요. 신경세포가 성장하는 건 수상돌기가지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어떤 자극이 있어야 합니다. 신경세포 가지가 증가하고 두꺼워지니까 뇌 무게가 늘어나는 거죠. 그래서 음이온이 많은 신선한 공기를 마시라고 하는 거예요. 뇌에 참 좋아요. 음이온이 신경전달물질의 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거든요.

 

누구든 뇌를 적절하게 쓰지 않으면 세포 간 회로가 다 망가져요. ‘이 나이에 무슨’이라는 생각 버리세요. 뇌를 신선하게 자극할 일을 찾아봐야 합니다. 새로운 취미생활에 도전하는 건 뇌를 신선하게 만드는 첩경이죠. 뇌는 계속 자극을 받아야 회로 간 반응이 좋아집니다. 매일 같은 생활패턴으로 살면 뇌가 일찍 늙습니다. 뇌 세포에 피로가 쌓이면 ‘치매’라는 불행한 덫에 걸립니다. 위 내시경은 자주하면서 뇌 건강을 위해선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으니 참 안타까워요. 뇌가 건강해야 행복하게 장수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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