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안에서 남은 없습니다
저는 지난 54일 동안 유럽의 여러 나라와 도시들을 떠돌았습니다. 하나님의 각별하신 보살핌과 인도하심으로 건강하게 순례를 마치게 되어 참 감사합니다. 순례 여정을 시작하면서 저는 지금 한국 개신교회가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13세기의 성 프란체스코의 고향인 이탈리아의 아씨시에서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철저하게 성경의 정신대로 살려고 한 그의 흔적을 찾아 나섰던 시간이 제게는 너무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세계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찾아와 함께 기도하고 세계 평화를 모색하는 프랑스의 떼제 공동체에서 보냈던 시간도 아주 각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매우 낯선 정교회 신앙을 배우기 위해 찾아갔던 조지아와 아르메니아에서의 경험도 저는 매우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낯선 곳을 찾아간다는 것은 언제나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을 안겨줍니다. 길을 잃지 않을까, 차를 놓치지 않을까, 거친 사람들을 만나지 않을까, 온갖 걱정이 찾아들곤 합니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지 제가 마주친 것은 평범한 행복을 구하는 이들의 염원이었습니다. 부유한 나라 사람이든 가난한 나라 사람이든 모두가 행복과 평화를 구하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들 모두가 소중한 이웃으로 보였습니다.
주님 안에서 바라보면 나와 무관한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그런 세상을 우리에게 열어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인종, 국적, 피부색, 종교, 빈부, 노소, 남녀, 성속으로 갈린 세상을 하나로 통합시키신 분이십니다. 주님 안에서 남은 없습니다.
주님 안에서 나와 무관한 세상의 고통은 없습니다. 주님은 세상의 모든 아픔과 슬픔을 당신의 것으로 품어 안으셨습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자기 속에서 그런 경계선을 점차 지워나가는 과정입니다. 나를 넘어 너의 세계로 나아가고, 결국에는 하나님의 마음에 접속하는 것이 믿음의 진보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조각난 세상입니다. 전쟁과 테러의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저는 가슴으로 주님의 슬픔을 느낍니다. 왜 우리는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삶을 경축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일까요?
- 김기석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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