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징기스칸이 아끼는 매를 데리고 혼자 사냥을 나갔다.
그날은 날씨도 무덥고 생각만큼 사냥이 되지 않아서 물을 찾다가 때마침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작은 물줄기를 발견하였다.
그는 즉시 매를 내려놓고 늘 지니고 다니던 물잔을 꺼내 물을 받았다.
가뭄이 심한 때라 물줄기가 약해서 잔이 채워질때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그렇게 공들여 물을 받고 있는데 갑자기 매가 날아오르더니 그의 손에 들린 물잔을 발로 차버리는게 아닌가!
징기스칸은 화가 났지만 워낙 애지중지하던 매였기에 참았다.
그리고 잔을 집어 들어 흙을 털어내고는 다시 물을 받았다.
잔이 반쯤 찼을까, 매는 이번에도 달려들어 물을 쏟았다.
제아무리 사랑하는 짐승이라 해도 이번만큼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위대한 정복자가 새 한 마리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검을 빼든 징기스칸은 매의 가슴을 단칼에 내리쳤다.
그리고 다시 물을 받으려고 하니 물이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갈증을 못 이긴 징기스칸은 물을 찾으려고 벼랑을 기어 올랐다.
그런데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실로 놀라웠다.
물웅덩이에 독하기로 소문난 독사가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말했다.
"내가 오늘 큰 가르침을 배웠다. 화가 났을 때는 아무 것도 결심하지 말아야 한다.
화가 났을 때는 아무 것도 해서는 안 된다.”
징기스칸은 죽은 매를 옆구리에 끼고 막사로 돌아와 금으로 그 형상을 뜨게 하고
거기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새겼다.
‘분노로 행한 일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설령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더라도, 벗은 여전히 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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