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의 기적
1944년 12월 서부전선에서 ‘히틀러의 마지막 도박’이라 불리는
치열한 벌지 전투(Battle of the Bulge)로 알려진 격전이었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실행한 마지막 공세였다.
다음은 그 당시 독일과 벨기에 국경 부근의 작은 시골 마을인
휘르트겐 숲속의 오두막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휘르트겐 숲 전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서부전선 전투 중
가장 치열하고 길었던 전투 중 하나다.
아헨에서 살던 프리츠 빈켄(Fritz Vinken)은 연합군의 계속된 공습을 피해
가족과 함께 한적한 이곳의 오두막집으로 피난 온 12살 먹은 소년이었다.
비록 앞날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어느덧 시간이 흘러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었다.
어린 빈켄은 국민방위군으로 근무 중인 아버지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조출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들떠 있었고,
어머니도 분주히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쟁 통이라 식품을 구하기 어려워서
오늘을 위해 고이 기르고 있던 닭들로
조출한 성찬을 준비할 참이었다.
그때 느닷없이 오두막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어머니가 촛불을 끄고 문을 열자,
눈이 쌓인 겨울나무들을 배경으로 2명의 병사가 유령처럼 서 있고,
부상을 당한 1명의 병사가 고통스러워하며 눈 위에 누워 있었다.
어머니와 빈켄은 거의 동시에 그들이 독일의 적인 미군임을 알아챘다.
갑작스런 일을 당한 어머니는 흥분을 가라앉히려
빈켄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고 가만히 서 있었다.
무장한 미군은 구태여 그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강제로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으나,
문 앞에 서서 잠시 쉬어 가게 해달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중 한 사람과 프랑스어로 말문을 열었다.
전투 도중 부대에서 낙오한 그들은 독일군을 피해
사흘이나 숲속을 헤맸고, 더구나 동료 중 하나는
심각한 부상까지 입었다는 것이었다.
철모 속에서 드러난 그들의 얼굴은
겨우 소년티를 벗은 앳된 모습이었다.
비록 적군이었지만 어머니의 눈에는 단지 도움이 필요한
아들 같은 소년들로만 보였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 어머니가 허락하자,
그들은 부상자를 들어다가 빈켄의 침대 위에 눕혔다.
환자를 옮기고 병사들이 난로 옆에 모여 몸을 녹이는 사이
어머니는 수탉 한 마리를 가져와서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얼마 후 고소한 냄새가 방 안에 가득 차기 시작하자,
그동안 추위와 굶주림에 고통받던 미군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흐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누군가 산골 오두막집의 문을 두드렸다.
아버지가 돌아왔다고 생각한 빈켄이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었는데,
뜻밖에도 거기에는 4명의 독일군이 서 있었다.
순간, 빈켄의 몸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적군을 숨겨주는 것은 즉결처분도 가능한 최고의 반역죄였음을
어린 빈켄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서워 떨고 있던 빈켄의 뒤로
요리를 하다 말고 어머니가 부엌에서 나왔지만,
문 밖에 서 있던 독일군을 보고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얼떨결에 “축 성탄!”이라고 어머니가 인사를 하자,
문 밖에 도열한 독일 병사들은 날이 밝을 때까지
집 안에서 쉬어 가게 해달라고 간청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그들에게 집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막 구워낸 통닭 냄새에 코를 벌름거리던 병사들은
어머니의 허락이 떨어지자,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바로 그때 어머니가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집에 이미 다른 손님들이 와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들의 친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찰나 독일군들은 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고
숨어서 문 밖을 살피던 미군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방에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순간,
어머니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우리 집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아프고 배고프고 지친 몸입니다.
오늘 밤만은 죽이는 일을 서로 잊어버립시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러한 어색한 적막을 깨뜨린 것은 다시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뭣들 해요? 우리 빨리 맛있는 저녁을 먹읍시다.
총은 모두 이 장작더미 위에 올려놓아요.”
그러자 젊은 독일군과 미군들은 동시에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고분고분 총을 장작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갑자기 손님이 늘어난 관계로 저녁을 더 준비하기 위해
어머니는 빈켄에게 광에 가서 감자를 더 가져오라고 했다.
빈켄이 감자를 가득 안고 돌아와 보니
독일군 1명이 부상당해 신음하고 있던 미군의 상처를 돌보고 있었다.
이전에 의학을 공부했다는 독일 병사는 꽤 유창한 영어로
다른 미군들에게 환자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안심을 시켰다.
처음 마주쳤을 때의 무시무시한 적개심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쾰른에서 온 하인츠와 빌리는 겨우 16살밖에 안 되었고,
23살인 하사가 가장 나이가 많았다.
바로 전까지 적이었던 미군과 사이좋게 나눠 먹기 위해
하사가 배낭에서 포도주 한 병을 꺼내자,
하인츠는 호밀 빵 한 덩어리를 꺼내 놓았다.
이렇게 숲속 오두막에서 조출한 식사가 준비되자,
어머니는 모든 병사들을 불러 식탁에 모아 놓고 기도를 드렸다.
“주님이시여, 오셔서 저희들의 손님이 되어주십시오”라는
구절을 읊조릴 때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 전쟁터까지 오게 된 병사들은
그 순간 어린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가 눈물을 훔치기에 바빴다.
자정 직전에 어머니는 문 밖으로 나가
함께 베들레헴의 별을 보자고 제안을 했고,
모두들 어머니의 곁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을 찾는 동안 그들에게서
전쟁은 어디 론지 사라지고 없었다.
다음날 크리스마스 아침, 독일군과 미군들은
오두막집 앞에서 악수를 나누었다.
독일군 병사가 미군들에게
부대로 돌아가는 길을 상세히 가르쳐준 뒤,
그들은 서로 헤어져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그것은 그들만의 작지만 소중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었다.
🍒 Joy to the World
기쁘다, 구주 오셨네
https://youtu.be/3vnB8xAqz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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