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목사(청파교회)

기뻐하라

천국생활 2012. 4. 19. 10:43

 

 

 

기뻐하라


베드로는 세상에서 나그네처럼 사는 성도들에게 말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잠시동안 여러 가지 시련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슬픔을 당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기뻐하십시오.”

초대교회의 사도들은 예수의 이름으로 인하여 능욕받게 된 것을 기뻐했습니다.

바울 사도는 빌립보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그리스도를 믿는 것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를 위하여 고난을 받는 특권도 주셨다며 감격하고 있습니다(빌1:29).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그것은 소속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 세상에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하나님께 속한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사는 것이 그리스도이시니, 죽는 것도 유익하다”(빌1:21)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확신을 굳게 붙든 사람들은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살기 위해 애쓰다가 겪는 시련은 우리를 넘어뜨리는 걸림돌이 아니라,

우리 믿음을 단련하는 기회가 됩니다.

그 믿음은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 우리를 이끌어 칭찬과 영광과 존귀를 누리게 해줍니다.

 

조선시대의 학자인 이덕무는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라는 책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리산에 연못이 하나 있습니다. 그 위로 소나무가 죽 늘어서 있어 그 그림자가 언제나 연못에 비칩니다.

못에는 물고기가 있는데 무늬가 몹시 아롱져서 마치 스님의 가사처럼 보였기에 사람들은 그 물고기를 가사어袈裟魚라고 합니다.

잡기는 어려운 데, 일단 잡아 삶아 먹으면 능히 병 없이 오래 살 수 있다고 전합니다.

이것을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 송영변어松影變魚입니다.

소나무 그림자가 물고기 무늬로 변했다는 것이지요.

참 절묘한 이야기입니다. 이것을 우리 신앙생활에 적용해봅니다.

예수의 그늘 아래 오래 머물다 보면 우리에게도 무늬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렸다 마음 내키지 않으면 지우는 그림이 아니라, 결코 지워지지 않는 무늬가 우리에게 있습니까?

사람들이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로 알아볼 무늬를 가지고 있습니까?

예수님은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으로써 너희가 내 제자인 줄을 알게 될 것”(요13:35)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는 구원받은 사람의 모습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본 일이 없으면서도 사랑하며, 지금 그를 보지 못하면서도 믿으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과 영광을 누리면서 기뻐하고 있습니다.”(8)

진실하고 선하고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무기력해 보입니다.

거짓과 악의와 추함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땅 속에 묻힌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이고,

짓눌렸던 선함은 반드시 솟아오를 것이고,

외면당하고 있던 아름다움이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물들이게 될 날은 반드시 옵니다.

진달래꽃만 보아도 4.19가 떠오르고, 십자가만 바라보아도 부활이 떠오르는 데

어떻게 우리가 낙심할 수 있겠습니까.

 

힘을 내십시오. 낡아 없어지지 않는 유산을 상속받은 사람답게,

절망의 땅에 희망을 파종하십시오.

의기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로 세우는 부활의 증인들이 되십시오.

 마음이 무너진 사람들을 안아 일으키십시오.

흙가슴으로 세상의 날카로운 것들을 품어 녹여버리십시오.

 

주님이 함께 하시니 할 수 있습니다.

이 척박한 세상에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삶으로 증언하십시오. 아멘.

 

 

--문학평론가  김기석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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