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그 음성
차마 돌아설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마리아는 다만 울 뿐입니다.
저는 그 날 그 무덤가에 서있던 마리아에게서 아가서에 나오는 신부의 마음을 읽습니다.
“나는 잠자리에서 밤새도록 사랑하는 나의 임을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를 만나지 못하였다.
‘일어나서 온 성읍을 돌아다니며 거리마다 광장마다 샅샅이 뒤져서 사랑하는 나의 임을 찾겠다’고 마음먹고,
그를 찾아 나섰지만 만나지 못하였다. 성 안을 순찰하는 야경꾼들을 만나서
‘사랑하는 나의 임을 못 보셨어요?’ 하고 물었다.”(아3:1-3)
어찌 해 볼 생각조차 없이 몸을 굽혀 무덤 속을 들여다보다가
마리아는 흰 옷을 입은 사람 둘이 예수가 누워 있던 머리맡과 발치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먼저 말을 건넨 것은 천사였습니다.
“여자여, 왜 우느냐?” 마리아가 대답합니다.
“누가 우리 주님을 가져갔습니다.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다가 어떤 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예수님이 그곳에 서 계셨건만 마리아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주님은 천사들과 똑같이 물으십니다.
“여자여, 왜 울고 있느냐? 누구를 찾느냐?” 마리아는
그를 동산지기인 줄 알고 주님의 시신의 행방을 묻습니다.
그러자 주님이 그를 부르셨습니다.
“마리아야!” 낯익은 음성이요 어조였습니다.
세상에 그분 말고 자기 이름을 그렇게 불러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는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당신의 승리를 드러내기 위해 성전을 찾아가지 않으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지도 않으셨습니다.
다만 비통한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한 사람,
천지간에 홀로 된 것처럼 외로움에 떨고 있는 한 사람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집단’ 혹은 ‘다중’으로 대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마치 우리를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인양 대하십니다.
저는 이게 부활절 메시지의 놀라운 점이라 생각합니다.
--김기석목사--
'김기석목사(청파교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뻐하라 (0) | 2012.04.19 |
---|---|
낡아 없어지지 않는 유산 (0) | 2012.04.16 |
이제 다시 시작이다 (0) | 2012.04.09 |
고마운 사랑아 (0) | 2012.04.02 |
문밖에 선 사람들 (0) | 2012.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