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목사(청파교회)

팔복 중 마음이 가난한 자의 복

천국생활 2012. 1. 5. 12:08

팔복의 말씀은 오늘의 우리에게 다소 낯설게 들립니다.

아니, 정직하게 말하자면 좋은 말씀이기는 하지만 조금 불편합니다.

우리가 어찌하든지 피하려고 하는 생의 곤경 혹은 불유쾌한 상황을 복이라 하시니 말입니다.

가난, 슬픔, 굶주림, 모욕, 박해 받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차라리 물질적 넉넉함, 재미, 배부름, 대중적 인기가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아무리 후하게 보려 해도 반문화적(counter-cultural)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진정한 행복, 지속적인 행복의 길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팔복은 ‘하나님과 접속된 사람’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팔복은 하나님의 빛이 예수라는 프리즘을 통해 굴절되어 나타난 여덟 가지 색깔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3)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좀 뒤집어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 남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학벌도 좋고, 직장도 좋고, 인물도 좋아 탄탄대로가 놓여 있는 듯 보입니다.

그 때문인가요? 그의 자아는 부풀대로 부풀어 올라,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안하무인으로 대합니다.

교회에 출석하더라도 기도할 시간을 내지 못합니다.

그의 눈길은 늘 영적인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에 머물러 있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부러운 사람이지만 영의 눈으로 보자면 불쌍한 사람입니다.

 

반면 자기 생의 조건과는 상관없이 늘 자기의 약함과 작음을 인식하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삶이 은총임을 알기에 늘 감사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리고 자기의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하나님의 뜻을 수행하려 합니다.

바로 이것이 마음의 가난입니다.

 

작고한 프랑스인 신부 피에르는 마음의 가난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합니다. 그것은
“성 프란체스코처럼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을 나누어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국가의 원수이건, 회사의 우두머리이건, 또는 노동조합 책임자이건, 교사이건,

매일 저녁 ‘나의 능력과 특권과 재능과 학식을 가지고 약자들과 가난한 자들을 위해 무얼 했는가?’ 라고

자문했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렇게 자문하는 자가 마음이 가난한 자인 것이다.”

(피에르 신부, <단순한 기쁨>, 96-97쪽)

 

 

--문학평론가  김기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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