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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이 되려면

천국생활 2009. 8. 25. 13:41

<신성대 칼럼>

 

 좀 언짢은 얘기지만, 요즘 유럽 친구들의 농담 중에, 세계에서 가장 미운 민족을 꼽으라면, 예전에는 유대인이었는데, 지금은 한국인이 1위란다. 최근 급성장에 대한 질투와 문화적인 오해도 한 몫을 했겠지만, 아무튼 부끄러운 얘기이다.

사실 한국인들은 언제부터인가 유럽 선진국 사람들이 보기에 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성급하고, 천박스런 행동을 많이 했었다. 그들이 보기엔 아직 한참 멀었다고 여겨지는데, 경제적인 여유가 좀 생겼다고 선진국 흉내 내는 것에 상당히 비위가 상했을 법도 하다. 그들에게 한국인은 지난 일본인들이 가졌던 ‘일벌레’의 이미지를 이어받은 신흥기술국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우리가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질투가 나서들 저런다고 코웃음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민족이든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이미지, 곧 브랜드를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시대이고, 그것이 곧 국부로 연결되기 때문에 결코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다. 억울하다며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고쳐서 국제적 기준에 맞춰나가지 않으면 결국 저만 손해다.

흔히 경제학자들이 말하기를, 열심히 땀 흘려 몸으로 부지런을 떨면 국민소득 1만 불까지는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2만 불까지 가려면 기술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데 2만 불을 넘어 3만 불까지는 땀과 기술만으로는 결코 안 된다고 한다. 그때는 문화가 없으면 불가능하단다.

이를 위해선 먼저 일등 국가, 일등 시민이 되어야 한단다.

 

국가와 정부는 물론,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멋있고, 깨끗하고, 성실하고, 친절하고, 신의가 있고, 호감이 가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자연은 아름답고, 건물도 멋있고, 거리는 깨끗해야 한다. 그것들이 국가브랜드로서 힘을 발휘할 때라야만 2만 불을 넘어설 수 있다고 한다. 2만 불 문턱에서 헐떡거리는 한국이 바로 여기에 발목이 잡혀있다고 간단하게 진단하는 것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허물없는 사이의 유럽 친구들은 한국이 절대 선진국이 될 수도 없을뿐더러, 그런 자격조차 갖추지도 못했다고 비아냥거리는 것이다. 남보다 좋은 물건 만들어 많이 팔면 절로 소득이 올라가고, 당연히 한국도 머잖아 선진국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딱하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굳이 경제학자들의 진단이 아니더라도, 간단히 말해서,

일은 선진국 어느 국민보다도 열심히 했는데, 마진이 없었다는 말이다.

즉, 부가가치가 낮아 경제대국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시원찮다는 말이다.

땀 흘려서 그저 입에 풀칠하는 정도의 이익밖에 못 얻었다는 거다.

규모만 컸지 실속이 없는 장사만 했다는 뜻이다.

가령 예를 들면, 프랑스의 넥타이나 한국의 넥타이나 할 것 없이 중국의 같은 공장에서 같은 하청가격 천원으로 만든다고 하자. 그걸 한국 메이커는 1만원에 내다파는데, 프랑스 메이커는 5만원을 받는다. 이게 기술력인가? 마케팅 능력인가? 흔히 말하는 디자인의 차이인가? 물론 그런 요인도 있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바로 국가의 브랜드에서 오는 차이이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어 식민지배와 분단의 고통 속에서 세계 13위의 무역대국으로 우뚝 서 올랐다. 지금도 전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첨단제품이 팔려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자원이 부족한 이 나라가 살아갈 길이 현재의 패턴과 그다지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세계시장에서 한국제품이 잘 팔려나가는 바람에 이 정도의 경제성장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서툴렀던 점도 많았다. 소득만큼 국민 문화수준이나 교양이 올라가지 못했고, 물건만 팔아먹을 줄 알았지, 도의나 신의를 저버리거나 돈을 번만큼 국제사회에서의 의무를 소홀히 한 적도 적지 않았다. 정치 싸움, 노동투쟁 등 스스로 추한 몰골을 부끄럼 없이 내보인 적이 한 두 번이던가.


3만 달러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달러 액수가 숫자가 선진국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4대강 유원지 만들기, 광화문 광장, 청계천 광장, 골프장, 관광산업을 핑계된 싸구려 축제, 연례행사가 된 보도블록 갈아치우기, 분수대 만들기 … 등등 겉포장 꾸민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 아니다. 선진국들 가지고 있는 것 다 갖춘다고, 선진 국민들 누리는 것 다 누린다고 해서 선진국민이 되는 것 아니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달러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

메이드 인 코리아’를 넘어서려면, ‘어글리 코리안’을 불식시키려면, 한국인 한사람 한사람이 멋진 세계인이 되어야 한다.

상품의 질만큼 인품의 질도 높여야 국격(國格)이 올라간다. 도전과 자신감, 확신과 신뢰, 정직함과 자부심을 가진 ‘Sure Korea´ ‘Sure Korean´이 되어야 한다.

영원히. 그게 일등 국민으로 가는 길이다.

결코 쉬운 일도 아니지만, 아니 갈 수 없는 길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초석이라도 깔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