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으로 쓰이는 은행 잎(5월초록색잎)
경기도 양평군의 용문사에는 1,100년의 세월 동안 62m의 높이까지 자라난 은행나무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 30호로 지정된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이다.
몇 년 전에 어느 외국인은 이 나무를 보고 '원더풀'을 연발했다. 이런 찬사도 부족했던지 그는 "황금나무"라며 감탄했던 적이 있다. 그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 거대한 나무의 위용을 보면 찬사를 보낼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 외국인의 찬사는 어딘지 모르게 의심쩍었다. 왜냐하면 그는 7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등에서 헐값에 은행잎을 사들여 막대한 수익을 올린 독일 어느 제약회사의 부사장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농민들은 20여 년 전부터 이 황금의 나뭇잎을 독일과 프랑스로 수출하는 업체들에게 헐값으로 수출했다. 농민들은 독일과 프랑스인들이 대량으로 은행잎을 수입해 가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 잎이 무엇에 쓰이는지, 무슨 목적으로 수입해 가는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헐값으로 팔린 은행잎이 황금잎으로 탈바꿈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이 황금의 나무라고 가르쳐 주고 난 최근에야 은행잎 엑스제를 첨단생명과학기술로 개발해 내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한 일로 생각되지만 그래도 마음은 가볍지 않다. 현재 순환계 질환예방, 노화방지제, 악취제거제, 경피흡수촉진제, 해독제, 빈혈치료제 등에서 은행잎을 재료로 한 국제 특허가 무려 90여 종류에 달하고 있다. 이는 은행나무의 쓰임이 많고 은행잎 엑스제가 의약품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좋은 증거이다.
은행나무를 이용한 의약품등은 세계적으로 연간 약10억$(한화 약 1조 20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은 1986년 은행잎을 재료로 한 단일 상품으로 판매순위 2위를 차지했다. 연간 30% 이상의 판매성장의 경이적인 기록과 함께 1989년에는 약 4억2,000만 마르크(한화 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프랑스에서도 은행잎엑스제 타나칸(Tanakan)이 125%의 성장률로 약 8억프랑(한화1,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런가하면 열매인 은행은 볶아서 그냥 먹거나 신선로 등의 여러 음식에 고명으로 이용되고 과자의 재료가 되기도 하며 날 것으로 먹기도 한다.
옛날에는 처녀가 시집가는 날 새벽에 어머니가 볶은 은행을 딸에게 먹이는 풍습이 있었다. 또한 장수를 돕는 식품이거나 기침과 천식을 다스리고 성인병의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을 준다. 한방과 민간에서는 껍질을 벗겨 말린 씨를 백과(白果)라 하여 폐와 위를 깨끗하게 해주거나 진해, 거담에 약제로 쓰고 있다. 옛 서적에는 진해제로 쓰며 ,소변의 빈도를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는 내용이 있다. [본초강목]에는 '은행을 익혀서 먹으면 폐를 온하게 하고, 천식과 기침을 진정시킨다 '라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중약대사전]에도 은행잎은 심장의 기능을 돕고 폐에 효험이 있으며 설사를 멎게하고 가슴앓이, 가래, 천식, 수양성하리(水樣性下痢) 등을 치료하는데 널리 이용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은행의 성분은 탄수화물이 주가 되는데 특히 녹말이 많고 자당이 다음으로 많다. 단백질의 함량도 많고, 지방은 적지만 레시틴을 함유하며 소량의 에르고스테롤도 함유한다. 비타민은 곡물보다 조금 많고 카로틴이나 비타민C도 소량 있으며 소화율도 좋은 편이다. 그런데 은행을 많이 먹으면 중독을 일으키는 일이 있다. 이것은 청산 배당체에 의한 것이다. [산림경제]에는 과식하면 소화기를 해치고 중독성이 있다고 기록돼 있는데 ,어른은 1회에 10~15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잎에도 여러 가지 화합물이 들어 있는데 ,특히 방충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틸산이 들어 있어서 잎을 책 속에 넣어두면 책에 좀이 먹지 않으며, 몇몇 플라보노이드계 물질은 사람의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의약품이 시판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은행(열매) 생산량은 1996년의경우 803톤이다. 지역별로는 충남이 331톤으로 전체생산량의 41%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전북 경기의 순이다. 1996년의 은행잎 생산량은 2,383이며, 충남지역의 생산이 가장 많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수확되는 잎은 대부분 독일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국내의 판로는 아직 부진하지만 제약회사 등으로 판매망을 넓힐 경우 소득원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송홍선 :민속식물 연구소장의 글 산림지(1999년 9월호)
기억력과 성생활 증진을 가져다 주는 은행잎, 가족 중에 치매에 걸린 사람이 있거나 혹은 스스로 치매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면 은행잎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은행은 중국에서 수 천년 동안 식품과 약품 두 가지로 사용돼 왔는데,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은행의 푸른 잎, 유럽에서 20년 간 걸쳐 연구된 내용이 지난해 [미국의학협회]학술잡지(1997년 10월22/29일자) 에 발표되었는데, 그 핵심 내용은 '경미 또는 심한 치매 환자에게 은행잎을 복용시켰을 경우 사고력과 대인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뇌로 들어가는 혈액의 양이 불충분해서 생기거나 혹은 뇌신경의 이상으로 인해 유발되는 인식 장애의 경우 은행잎 추출물이 일련의 증상들, 예를 들면 현기증, 이명(귀가 울리는 증상), 두통, 기억력 상실, 집중력 장애, 혼동 등을 현저히 개선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은행잎은 다리에 공급되는 혈액의 량이 충분치 않아서 걸을 때에 생기는 통증, 이른바 간헐성 파행증이라고 하는 증상으로 인한 다리의 통증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항우울제의 복용으로 인한 발기부전에도 은행잎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잎 추출물의 치매 예방효과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으며, 이러한 연구는 수행하기에 비용이 너무나 많이 든다. 하지만 어떤 60대의 사람은 '은행잎 추출물을 정기적으로 복용함으로써 기억력이 현저히 개선되었다'는 확신하는 얘기도 한다.
현재까지 은행잎 추출물을 장기간 복용하였을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안심하고 복용해도 좋을 듯하다. 단 하나의 문제점은 비용이 많이 나간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머리가 좋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은행잎 추출물제제를 복용해서는 안 된다.
은행잎 추출물이 정상적인 사람의 두뇌에 현저한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미약하다.
생약(生藥)의 경우 대부분 특정한 성분이나 작용기전을 확인하기란 힘들다. 현재 확인된 바로는 은행잎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우리 몸에 유해한 자유 라디칼(산화작용을 통해 세포에 손상을 가져온다)을 생성하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또한 플라보노이드는 항산화제로서 이미 형성되어 있는 모든 자유 라디칼을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마지막으로 은행잎에 함유된 테르펜 유도체(방향성물질)들은 뇌혈관의 혈전 생성 및 신경 손상 방지와 뇌로 유입되는 혈액의 량을 증가시키는 등 일종의 보디가드 역할을 한다. 그동안 치매에 주로 사용돼 왔던 합성물질인 타크린(tacrine)과 달리 은행잎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 은행잎 치료를 받던 1만 632명중 2%도 안되는 사람들이 가벼운 위장장애, 두통, 알레르기 증상과 같은 부작용을 호소하였다.
120~240mg의 은행잎 추출물 제제를 하루 2~3회에 나누어서 복용한다. 효과는 더딘 편이어서 증상의 개선을 나타내기까지는 8주 이상이 소요된다. 은행잎과 같이 복용하면 안되는 약물은 없으나, 만약 혈전생성억제 생약(마늘, 생강, 흰국화)이나 와파린과 같은 약을 복용하는 경우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은행잎 제제를 구입할 때는 제품포장에 24/6이라고 표시된 제품을 구입하도록 한다. 이 숫자는 플라보노이드 24%와 테르펜 유도체 6%를 함유하고 있다는 표시이다. 그리고 공정을 거치지 않은 은행잎을 차나 기타 다른 형태로 복용할 경우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복용하지 않도록 한다.
은행잎 산(酸)이라고 하는 물질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데 이는 은행잎 추출물 제제의 공정과정에서 제거되는 것인데 옻나무 알레르기 유발물질과 유사한 물질이다.
은행은 극동지역, 특히 한국산 은행나무 잎은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매년 다량의 건조 은행잎이 수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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