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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형이 끝까지 지켜줄게

천국생활 2020. 9. 19. 16:10

괜찮아, 형이 끝까지 지켜줄게

 




그날 열 살 형 서진(가명)이와 여덟 살 동생 서준(가명)이는
단둘이 집에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받던 형제는 엄마가 외출한 사이,
배가 고팠습니다.

평소 가스 불을 다룰 줄 알았던 서진이는
동생과 함께 라면을 먹기 위해 불을 켰습니다.
그저 간단한 식사를 하려고 했던 것뿐인데...
그런데 불이, 났습니다.
순식간에 번져가는 불 속에서 형은 119에 신고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러나 화재 상황에서 아직 어린 서진이는
집 위치까지 자세히 설명할 경황이 없었습니다.
서진이네 집에서 소방서는 매우 근거리에 있었지만,
위치추적을 하는 데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해 불을 껐지만
서진, 서준 형제는 이미 중화상을 입고 쓰러진 뒤였습니다.
형 서진이는 전신의 40%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고,
동생 서준이는 형에 비해 화상 정도가 심하지 않았지만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어 심폐소생 후 병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어떻게 동생은 형에 비해
화상 정도가 심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에 따르면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형이 동생을 지키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불이 번지는 상황에서 형은 동생에게
책상 아래 좁은 공간으로 몸을 피하게 했고,
이불을 덮어줬습니다.

불 속에서 자기도 많이 무서웠을 텐데...
동생을 끝까지 지키려고 한 형의 신속한 대처가
동생을 덜 다치게 만든 것입니다.

3년 전, 부모님이 이혼한 후 형제는
한부모 가정에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아왔습니다.
엄마는 기초수급비를 받으며 간간히 자활근로를 하기도 했지만,
세 식구가 생활하기에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게다가 이혼 이후 극심한 우울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아온 엄마는
두 아이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형제는 더 돈독했습니다.
여느 형제처럼 다툴 때도 있었지만,
서로를 의지하고, 서로를 지켜주는 유일한 사이였습니다.

그런 형제에게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 지,
4일(18일 현재 기준)이 지났습니다.
형제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수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치료하게 되면
아직 어린 형제가 감당할 수 없는, 크나큰 고통에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상체의 화상 정도가 심했던 형은
사고 발생 이틀 뒤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처음 병원에 왔을 때보다는 많이 호전이 되었지만
그래도 상태가 매우 위급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형에 비해 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동생의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자가 호흡을 시켰지만, 너무도 힘들게
숨을 쉬어서 다시 인공호흡기를 달고
수면 치료에 들어갔습니다.

동생 서준이는 뇌파 검사를 비롯하여 심장, MRI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받기 위해 곧 다른 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입니다.

그저 동생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싶었던 것뿐이었는데...
그저 엄마가 없는 사이, 배가 고파서 식사하려던 것뿐이었는데...
어린 형제에게 들이닥친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기만 합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지켜준 형제....
이제는 우리가 지켜줘야 합니다.


**************************************


현재까지는 아무것도 단정할 수가 없습니다.
형제가 중환자실에 얼마나 있을지,
자가 호흡을 할 수 있을지,
일반병실로 옮겼을 때 얼마나 치료를 받아야 할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치료가 필요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현재 많은 언론과 기사에서 이 사고를 다루며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형제를 돌보지 않은 엄마의 책임을 질타하기도 하고,
코로나19 사각지대 아동을 보호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따뜻한 하루는 이 모든 문제를 뒤로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먼저 도움이 시급한 어린 두 형제에게
희망을 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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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따뜻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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