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적 삶이란 이처럼 눈과 입과 발을 훈련해가는 과정입니다. 자기를 성찰해가면서 지속적으로 훈련하다 보면 그렇게 사는 일이 자연스러워질 때가 옵니다. 토마스 머튼 신부가 틱낫한 스님에게 영성수련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묻자 그는 ‘조용히 문을 여닫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했습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신발을 가지런하게 벗어놓는다든지, 말소리를 낮추어 말한다든지, 화를 내지 않는다든지, 많은 면에서 몸과 마음의 버릇을 만들어야 합니다. 개신교 신앙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수행입니다. 자기 닦음 말입니다. 스스로를 깨끗한 그릇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은혜를 받았다고 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품격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은 것은 그가 진리를 체화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저는 경외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온통 시장으로 바뀌자 삶에 대한 경외심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행동하며 삽니다. 마치 사나운 짐승처럼 사람들은 서로 물고 뜯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라도 화낼 준비가 된 사람들처럼 삽니다. 비난하고 정죄하고 상처를 주고 조롱합니다. 공의를 가장한 비열한 이권다툼이 도처에서 벌어집니다. 그 틈바구니에 낀 사람들은 사람에 대해 그리고 역사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처럼 인간이 전락한 적이 또 있었을까요?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진실에 복무하겠다는 굳은 결의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이들이 우리 사회에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야 할 것은 서로를 따뜻하게 품어 안으려는 넉넉한 마음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발견합니다. 주님은 우리를 당신의 길로 부르고 계십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생명 존중과 진실의 세계를 열어가기 위해 헌신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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