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목사(청파교회)

• 신앙의 성숙

천국생활 2013. 5. 28. 15:31

• 신앙의 성숙


"주님께서는 못하시는 일이 없으시다는 것을,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주님의 계획은 어김없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저는 깨달았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감히 주님의 뜻을 흐려 놓으려 한 자가 바로 저입니다. 깨닫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을 하였습니다.

제가 알기에는, 너무나 신기한 일들이었습니다."(욥42:2-3)

이런 고백 후에 욥은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귀중한 고백을 합니다.

"주님이 어떤 분이시라는 것을 지금까지는 제가 귀로만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가 제 눈으로 주님을 뵙습니다."(42:5)

고난을 겪기 전까지 욥은 흠잡을 데 없이 신실한 사람이었습니다. 삶의 터전이 흔들리기 전까지 하나님은 그의 삶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처럼 느닷없이 찾아온 시련은 그의 삶 전체를 뒤바꿔놓았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도 흔들리고,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한 확신도 흔들렸습니다. 하나님은 졸지에 낯선 분이 되었습니다. 욥에게 있어 하나님은 임마누엘 칸트가 말했듯이 ‘도덕적 요청’으로 존재하는 분이었습니다. 친밀하다고 여겼지만 그분은 귀로만 듣던 하나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는 하나님을 눈으로 뵙는다고 말합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눈은 육신의 눈이 아니라 마음의 눈일 겁니다. 볼 견見자는 ‘눈 목目’ 자와 ‘사람 人’이 결합된 단어입니다. 그야말로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본다는 뜻의 다른 단어가 있습니다. ‘볼 관觀, 볼 간看, 볼 시視’ 등입니다. 모두 ‘볼 견’자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들은 대개 자세히 본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들에 핀 꽃을 보라, 공중에 나는 새를 보라’고 하셨을 때 사용한 단어는 ‘꿰뚫어보다’에 가까운 뜻입니다. 주님이 보라 하신 것은 새와 꽃이라는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 너머에 계신 하나님이었습니다. 그런데 본다는 뜻은 아니지만, 볼 견 자가 내포된 다른 한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깨달을 각覺’자입니다. ‘배울 학學’에서 ‘아들 자子’의 자리에 ‘볼 견’ 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배움을 통해 이전에는 보지 못하던 것을 보게 되었음을 뜻합니다. 그렇기에 깨달음은 놀람을 동반합니다.

1738년 5월 24일, 성공회의 젊은 신부였던 존 웨슬리는 모라비안 교도들의 집회소에서 그동안 귀로만 듣던 하나님을 눈으로 뵙게 되었습니다. 그날 그의 마음에 은총의 빛이 밝아오자 그는 가슴으로 봄기운을 느꼈습니다. 옥스포드 대학에서 가장 유명한 크라이스트 처치 컬리지에서 신학을 공부한 엘리트 존 웨슬리, 그는 머리로만 알던 하나님이 자기 가슴에 찾아오셨음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것은 아주 작은 변화의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듣는 신앙에서 보는 신앙으로 넘어가자 그는 새로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었고, 삶의 가장자리에 내몰린 사람들을 골육지친처럼 대하게 되었습니다. 올더스게이트 체험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날을 계기로 그는 하나님을 눈으로 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심정과 깊은 일치를 이루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눈으로 보는 사람은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웃을 대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신앙의 신비입니다.

세상에는 하나님을 귀로 들어 아는 이들이 제법 많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보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이들은 많지만 경외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경배하는 이들은 많지만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전쟁의 위기나 경제 위기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인간성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신뢰와 사랑과 돌봄과 나눔의 가치가 소중히 여겨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 책임입니다. 우리는 무력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능력이 있으십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은 여러분 안에서 활동하셔서, 여러분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릴 것을 염원하게 하시고 실천하게 하시는 분"(빌2:13)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랑에 무능한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친절한 사람이 되십시오.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다가서십시오. 안일한 신앙생활에서 벗어나, 삶으로 말씀을 구현하는 이들이 되십시오. 여러분이 서 있는 그 삶의 자리야말로 하나님이 머무시는 땅임을 잊지 마십시오. 주님과 동행하는 기쁨을 누리는 나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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