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목사(청파교회)

초대교회와 한국교회

천국생활 2012. 5. 7. 19:36

 

 

 

 

아, 참 멋지다


초대교회의 모습을 전하는 사도행전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놀랍기만 합니다.

성령 강림절 이후, 교회 공동체의 모습은 이 땅에 실현된 천국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누가는 사도들을 통해 놀라운 일과 표징이 많이 일어났다고 전하지만,

사람들이 사도들의 가르침에 몰두하고, 서로 사귀는 일과 빵을 떼는 일과 기도에 힘쓰는 그 모습 자체가 기적이 아닐까요?

저들의 삶은 서로의 차이를 넘어 어떻게 일치를 이루며 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표징입니다.

요한복음은 신앙 공동체의 세 가지 표징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랑, 일치, 거룩함이 그것입니다.

 

사랑이란 ‘자기 초월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하는 대상을 기쁘게 하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합니다.

그리고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더 크게 기뻐합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으로써 너희가 내 제자인 줄을 알게 될 것이다”(요13:35).

초대교회는 그런 사랑이 넘치는 곳이었습니다.

 

일치는 모두의 차이를 없애고 획일화할 때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이들이 어울려 아름다운 꽃동산을 이루는 것입니다.

각자의 삶이 보여주는 빛깔과 모습을 함께 기뻐하고 경축하는 것입니다.

옛사람은 이것을 일러 화이부동和而不同, 즉 조화를 이루되 똑같아지지는 않는 것이라 했습니다.

성도들의 일치의 중심은 ‘그리스도의 마음’이었습니다.

성령의 능력 안에 있을 때 그들은 그 마음으로 형제자매를 대할 수 있었습니다.

 

거룩함은 세상적인 가치와는 구별되는 삶의 내용입니다.

우리는 주께서 비춰주시는 빛으로 세상을 봅니다.

그 빛으로 보면 세상에는 하찮은 것도 없고, 함부로 대해도 괜찮은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성도는 일상의 매 순간을 성사로 경험합니다. 그것이 거룩한 삶입니다.

초대교회는 사랑, 일치, 거룩함이 온전히 드러나는 교회였습니다.

함께 지내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했다는 것은 모두가 가족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재산과 소유물을 팔아서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주었다는 것은 그들을 가르던 사회적 장벽이 무너졌다는 말입니다.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기뻐하는 사람과 사심 없이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 참 놀라운 일입니다.

문제는 우리입니다.

우리는 한 공동체에 속해 있으면서도 서로를 알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자기라는 한계를 벗어나 다른 이들과 소통하려 하기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 합니다.

연루되기를 꺼립니다. 그것이 야기하는 불편함이 싫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귐을 소홀히 하는 순간, 우리는 삶의 가장 값진 은총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낯섦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서 형제자매들과 함께 생을 경축하는 잔치를 벌여야 합니다.

초대교회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것만으로 우리 삶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런 삶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한달음에 거기에 도달할 수는 없다 해도, 마음을 열고 노둣돌 하나를 놓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땀 흘리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싸우고, 함께 성찬을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 나라가 우리 가운데 임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문학평론가 김기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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