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상식이하의 판결들이 자주등장

천국생활 2009. 5. 20. 11:30

대학에서 기부자의 지정용도와 다르게 기부금을 사용해도 기부는 계속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기부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기부금 지정용도에 맞게 지출하는 것이 투명한 기부문화를 정착시키는 길임을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법원의 판결은 매우 위험하고 우려스럽다. 언론은 단순 사실만 전달할 뿐 이 판결이 한국사회, 대학사회에 기부문화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부산지법 제5민사부(고재민 부장판사)는 2009년 305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해놓고 195억 원만 준 뒤 110억 원을 지급하지 않은 송금조 ㈜태양 회장 부부가 부산대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송씨 등은 기부금이 부담부증여(負擔附贈與)라고 전제한 뒤 '부산대가 기부금을 양산캠퍼스 부지 대금으로 사용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니 나머지 기부금을 출연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 증여는 부담부증여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는 또 재판부가 "송씨 등은 부산대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도 주장했지만 송씨 등의 인격까지 손상됐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소송 제기 시효(6개월)도 지난 만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했다.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면 되는데 인격까지 손상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모호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명예훼손에 해당하면 이는 인격권이 손상된 것으로 보는 통상의 해석과는 다른 판결을 내리고 있다. 명예훼손과 인격권은 별개의 법익이 아니다.

물론 아직 1심 재판일 뿐 최종 판결은 아닌만큼 최종심을 지켜봐야 한다. 또한 판결은 법관의 고유한 권한이므로 이를 존중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그 판결의 타당성이나 문제점에 대해서 의제화하는 것은 논평자의 몫이기도 하다.

이번 판결의 내용은 대학 즉 기부를 받는 쪽의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다. 앞으로 누가 어떤 용도로 기부금을 제시하더라도 이를 무시하고 자기 편의대로 기부금을 전용하더라도 문제 없게 됐다. 기부금의 투명한 관리와 기부자 의사 존중은 법적으로도 지켜야 할 의무가 없어진 매우 유용한 판결이 됐다. 이것은 기부를 받는 입장에서만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부를 하는 기업이나 개인 독지가의 입장에서 이런 판결은 최악이다. 기부 용도를 지정하여 거액의 금액을 기부하는데 이를 지키지않아도 된다는 식이면 굳이 기부할 이유가 없다. 기부금의 투명한 관리, 기부자 의지의 존중 등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것은 한마디로 한국같은 기부문화 불모지에 찬물을 끼얹는 판결이다.

이 판결에 핵심사안중의 하나가 ‘부산대가 기부자의 기부용도를 지켰느냐 지키지않았느냐’여부인데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합뉴스는 부산지법 백태균 공보판사의 말을 인용하여, “(이번 판결에 대해) 부산대가 기부금을 기부목적대로 썼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 기부목적대로 사용했느냐 사용하지않았느냐가 주요 쟁점인데 이에 대한 판단은 하지않고 판결을 내린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처음부터 기부목적 존중같은 것은 지키지않아도 된다고 봐야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다. 마치 교수가 학생의 리포트를 채점하면서 스스로 작성한 것인지, 인터넷의 자료를 출처도 밝히지않고 자기 것처럼 도용하여 제출했는지 따지지않고 결과만 판단하겠다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재판을 하는 사람들과 일반 건강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이는 현재 우리사회의 혼탁한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인을 위해서는 이래서는 안된다--신성대  (0) 2009.05.26
한많은 세상에서 뛰어내렸다---이재오  (0) 2009.05.25
웃음치료  (0) 2009.05.13
MB 여동생과 강영우박사 아내 간증  (0) 2009.05.06
Never give up!  (0) 2009.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