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을 위해서는 이래서는 안된다--신성대

갑작스런 소식에 전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애통해하고 있다. 꼭 이런 길밖에 없었나 하고 모두가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다. 애증을 떠나 고인의 죽음 앞에 모두 머리를 숙여 추모하는 마음이다.

헌데 봉하마을 빈소에는 노사모 회원들이 입구를 막아 조문객을 선별해서 조문을 못하게 하고 있다는 소식에 다시금 가슴이 아파 염치없는 글을 올린다. 아무리 슬프고 한이 북받친다 해도 이건 아니다. 예(禮)가 아니다. 고인이 바라는 바도 아닐 것이며, 고인을 위해서도 이래서는 안 된다.

조문객이 설사 적이라 해도, 원수라 해도, 선악을 떠나서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경건해야 한다. 그게 살아남은 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다. 시정의 상갓집도 아니고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분의 죽음을 애도하는 자리에서 이런 광경을 보이는 것은 지나친 처사이다.

돌이켜보면 대통령으로서의 고인은 분명 이전 어느 대통령도 해내지 못했던 공적도 많았고, 훌륭하고 확고한 비전과 목표도 있었다. 그리고 그 열정은 누구보다 순수했다. 헌데 이 모든 것들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성향 때문에 수많은 반발에 부딪히면서 그 꿈도 미처 다 이루지도 못했다.

한스러운 것은 만약 그때 ‘노’와 ‘사모’가 조금만 더 유연하고 포용적이며 관대했다면 보다 많은 것을 이루었을 것이며, 이같은 불행한 불행을 자초하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많은 국민들이 끝까지 그를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노’와 ‘사모’는 결코 국민과 함께 가려고 하지 않고 그들만 너무 급하게 앞서나갔고, 순수함을 앞세운 도발적인 행동으로 많은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고인에게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남아 있었다. 그가 이룬 훌륭한 정책 중에도 미처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들도 있다. 그 때문에 퇴임 후에도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하지 않았던가. 그 미련이 결국 이건 불행을 자초한 것은 아닌지!

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노사모만의 대통령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비록 어제까지는 애증이 교차했지만 이젠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역사의 강에 흘려보내야 한다.

그리고 이제 노사모는 성숙해져야 한다. 자신들의 울타리를 걷어야 한다. 명패를 내던지던 그 불뚝 성질이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마저 해치지 않았는가. 아무리 그 뜻과 목표가 순수하다 해도 모든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 이해시켜 고인의 업적이 제대로 평가받고, 고인이 뿌린 씨앗이 이 땅에 제대로 싹트도록 해야 한다. 그분이 퇴임 후에까지 이루고자 했던 꿈, 죽음으로서 지키고자 했던 그 이상을 실현시켜야 한다. 그것만이 ‘노 없는 노사모’가 갈 길이다.

통한의 분을 가라앉히고 성숙한 자세로 고인을 명복을 빌고 예(禮)를 갖추어야 한다. 팬클럽같은 감정 표출은 고인의 품위를 손상시킬 뿐이다. 국민장이다. 예(禮)는 예(禮)이다. 누구도 조문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노사모가 앞장서서 최대한 엄숙하고 경건하게 장례를 치러야 한다. 이를 계기로 ‘국민의 노사모’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것이 고인이 남긴 염원이 아니겠는가. 그걸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