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누가복음 18장의 바리새인처럼 사람들 앞에 잘 보이려 나온 것이 아닙니다. 세리처럼 자신의 허물을 드러내고 아뢰려고 나왔습니다. 우리는 정치·경제·도덕의 문제 때문에 모이지 않았습니다. 길선주 목사님께서 그러하셨듯 하나님 앞에 죄를 토해내며 자비를 구하려 모였습니다.”
11일 오전 강변교회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이하 한복협) 1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 강변교회 담임이자 한복협 대표인 김명혁 목사가 숙연한 목소리로 인사말을 마치자 곧이어 한국교회의 원로 및 지도자들이 한 명씩 나아와 말씀을 전했다. 차례로 입을 연 이들은 한국교회의 현실과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 애통해하며,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복협의 이날 기도회는 부흥을 목표로 했던 2007년을 보낸 한국교회가, 지난 한해를 점검하고 새로운 방향을 논하기 위해 “주여 우리를 살려주시옵소서!”(계 3:1~3)라는 주제로 마련됐다. 옥한흠 목사(사랑의교회 원로), 방지일 목사(영등포교회 원로),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최희범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담임) 등이 나서 각각 말씀을 전했다.
옥한흠 목사 “교회가 세속주의에 감염됐다”
‘각성’을 주제로 맨 먼저 말씀을 전한 옥한흠 목사는 세속주의에 물든 한국교회, 특히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목회자들을 향해 비판했다. 옥 목사는 “사실 저는 이런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기엔 부끄러운 사람”이라며 “그러나 세속주의라는 세균에 감염돼 갈수록 저항력이 약해져가는 한국교회를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옥 목사는 특히 목회자들을 향해 “목회자로서 정말 말씀대로 가르치고 죄를 죄라고 말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오히려 무슨 설교를 하면 교인들이 맘 상해 떠나지 않을까 성경을 반토막 잘라 전하는 우리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옥한흠 목사는 “나는 은퇴한 뒤 매일 성경을 볼 때마다 기가 막힌다. 복음은 정말 좋은데 그것을 내 삶에 적용하려고 하니 숨이 막힌다”고 고백하며 “내가 목회할 때 과연 정말 하나님 말씀을 전한 것이 몇 번인가, 교인들이 부담을 느낄까봐 양심을 빼먹고 사역해오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무수히 열렸던 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행사에 대해 “결국 행사만 많이 열렸을 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끝났다”며 “교회가 사는 길은 오직 세속주의와의 타협을 깨고 성경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용기 목사 “누구도 예수 사랑은 반대 않아”
‘사랑’을 주제로 말씀을 전한 조용기 목사는 한국교회가 세상에 사랑을 전하지 못하고 ‘끼리끼리’만 어울리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조용기 목사는 “한국교회가 귀족화되어 자기들끼리만 살기에, 지난해 많은 행사를 열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세상 사람들은 오히려 ‘자기들끼리 행사하는데 우리가 무슨 상관이냐’며 냉소했고, 적대감을 갖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조용기 목사는 “과거 우리 선배들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애국 애족했기에 모든 이들이 교회에 마음을 열었고, 우리는 그 터전 위에서 쉽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끼리만 살고, 예배드리고, 교제하면서 자기들끼리만 노는 교회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얼마 전 자신이 북한에 심장병 전문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방북했던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며 사랑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목사는 “처음에는 내가 반공주의자라고 적대하던 당국자들이, ‘나는 정치나 사상이나 체제에 대해 말하려 온 것이 아니라 사랑을 전하러 왔다’고 말하자 태도를 바꿨다”며 “어느 누구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온 사회가 병들어 있고, 그들을 도울 힘이 우리에게 있다”며 “우리가 강도 만난 자에게 손길을 내밀고 가진 것을 나누면 사회를 다시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방지일 목사는 ‘회개’를 주제로 말씀을 전하며 “우리가 말이나 글로써 표현할 수 있는 죄를 고백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도의 현미경으로 미세한 죄까지 다 찾아내 애통해하자”고 말했고, 최희범 목사는 ‘성결’을 주제로 “우리가 나와 공동체, 사회와 국가, 그리고 나아가 자연까지 성결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화 목사는 ‘통일’에 대해 말씀을 전하며 “하나님의 뜻이 우선시되는 통일, 아시아와 세계를 위한 통일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목사는 발언 도중 “나는 그동안 통일을 이야기하면서 하나님을 주인 삼지 않고 오히려 내 주장을 성경으로 정당화하려 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말씀에 이어서는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유재필 목사(순복음노원교회), 김성영 목사(전 성결대 총장), 전병금 목사(강남교회)가 각각 ‘각성’, ‘회개’, ‘사랑’, ‘성결’, ‘통일’을 위해 기도했다. 기도회는 김명혁 목사의 사회로 진행됐고,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 담임)가 기도를, 이현정 목사(UBF)가 광고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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