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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이 유럽을 깨우다

천국생활 2023. 4. 4. 13:19

 

유럽의 귀환(歸還) : 우크라이나전이 유럽을 깨우다

 

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1년이 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지난 1년 동안 세계질서에 큰 충격을 주어 세계 각 지역의 지정학 판을 흔들어 놓았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제 2의 우크라이나가 될 가능성이 있는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었고 동아시아지역에서는 일본의 재무장이라는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그리고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동남아 등에서는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라 불리는 제 3세계권 개도국들이 우크라이나전 지지여부에 중립을 지킴으로써 국제질서 형성에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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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우크라이나전이 발생한 유럽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평화에 취해 오랫동안 잠을 자고 있던 유럽을 흔들어 깨웠다. 1989년 12월 몰타 회담에서 냉전 종식이 선언된 후 유럽은 경제적 교류, 무역, 그리고 상호 의존이 전쟁을 방지하고 영원한 평화를 가져오는 가장 확실한 보장책이라 생각하고 과거 공산권의 종주국인 러시아와 적극적(積極的)인 교류(交流)를 전개해 나갔다.

 

그리고 유럽은 이러한 정책기조 하에 평화를 전 유럽에 확산시킨다는 신념을 가지고 1993년 11월 마스트리흐트(Maastricht) 조약 체결을 통해 유럽국가들의 정치·경제 공동체인 유럽연합(EU : European Union)을 설립하는 등 평화정치를 적극 추진해 나갔다.

 

러시아에서 푸틴이 집권하여 점점 공세적, 제국주의적, 실지회복 정책을 펴나갈 때, 심지어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 할 때에도 유럽은 러시아를 단지 유럽이라는 평화의 못에서 헤엄치면서 꽥꽥거리며 장난치는 한 마리 오리새끼로만 보았고 러시아의 에너지를 사주고 경제교류(經濟交流)를 하면 러시아가 평화(平和)의 오리로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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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와 같이 평화에 도취된 유럽은 미국에서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유럽과의 동맹보다는 미국의 국익을 우선시하자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2019년 11월 미·유럽 동맹체인 NATO가 뇌사상태에 빠졌다고 언급한데이어 2020년 6월에는 조셉 보렐(Joseph Borrell)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처음 주장하고 이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이 적극 지지하는 등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표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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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21년 1월 출범한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새로운 전체주의 축’(The New Axis of Autocracy)의 등장으로 보면서 현 정세를 ‘21C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 경쟁’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는 ‘민주주의 연합’을 추진하면서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의 위험성을 경고하였으나 ‘무역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trade)라는 신념과 환상에 푹 빠져 민주주의 연합에 대한 절박성이 없는 유럽 동맹국들의 무관심과 비협조로 큰 진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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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특히 이러한 환상의 선두 주자인 독일은

2021.12 메르켈 총리가 퇴임하던 때까지 미국의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 경쟁’ 주장에 반대하면서 러시아 에너지수입과 중국(中國)과의 무역을 더욱 확대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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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러나 이러한 ‘무역(貿易)을 통한 평화(平和)’라는 유럽의 환상(幻想)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侵攻)하면서 산산이 깨졌다.

 

유럽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전쟁과 평화 그리고 가치라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었고 또한 미국이 없었다면 우크라이나의 영웅 젤렌스키도 러시아에 저항할 수단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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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즉 유럽국가들은 전쟁(戰爭)과 안보(安保)에 대한 기억(記憶)상실증에서 깨어나 평화와 안보 그리고 전략적(戰略的) 목적을 추구하기위해서는 군사력(軍事力)과 동맹(同盟)이 필요하며 우크라이나의 자유가 자신의 자유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이에 따라 군사력 증강과 동맹회복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동안 NATO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향후 10년 내에 국방예산을 GDP 2% 수준으로 증액하자는 결정을 했으나 30개 NATO 회원국 중 2021년 12월 현재 이를 지킨 회원국은 그리스, 미국, 리투아니아, 폴란드, 영국,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7개국에 불과하고 평화에 젖어있던 대부분 국가들은 군사력 증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그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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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侵攻)을 목격한 유럽국가

모두가 일제히 국방예산(國防豫算) 증액에 나섰으며 특히 유럽에서 최대 경제력을 가진 국가이자 2차 대전 전범국가로서 군사력 증강에 조심스런 태도를 지녀왔던 독일은 메르켈 前 총리의 ‘무역을 통한 평화’ 정책이 결국 실패했음을 여야 모두가 인정하고 슐츠 총리가 2022년 2월 27일 對의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현 정세를 ‘시대의 전환’(Zeitenwende)으로 규정하면서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국가 안보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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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리고 그동안 GDP의 1.5%수준이었던 국방예산(國防豫算)을 GDP 2%로 증액하면서 1,000억 유로(1,120억 달러) 규모의 특별방위기금 조성 계획을 발표하였고 2023년에는 국방예산을 더욱 증액할 것임을 밝힘으로써 본격적인 재무장의 길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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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또한 유럽은 자체 군사력(軍事力) 강화에도 나서기 시작했다.

 

EU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현실화되자 그동안 NATO에 의존해오던 방위력에서 탈피(脫皮)하여 EU 자체(自體) 방위력 확보를 적극 추진하였다.

 

EU는 2022년 3월 10일-11일간 프랑스 베르사이유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새로운 안보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방위연합을 창설(創設)해나가기로 합의하고 2022년 3월 21일 벨기에 브러셀에서 외무·국방장관회의를 개최하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侵攻)으로 유럽에 전쟁이 귀환(歸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변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유럽의 비전을 증진하고 이익을 보호하는데 큰 도전이 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도전을 맞아 EU는 유럽의 시민과 가치와 이익을 보호하고 국제평화와 안보에 기여할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하고 2025년까지 5,000명 규모의 신속대응군 창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동방위정책인 ‘안보와 방위를 위한 전략적 나침반(A Strategic Compass for Security and Defense)’을 채택하였다.

이로써 EU는 자체 방위력 증강을 통한 전략적 자율성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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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특히 주목할 것은 유럽이 중국(中國)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유럽은 아시아가 유럽수출의 30%를 차지하고 있고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 간 상품 및 서비스 무역이 세계무역의 70%를 차지하는 등 인도·태평양지역과의 밀접한 경제관계로 인도·태평양지역을 중시해왔다.

 

이에 따라 EU는 인도·태평양지역의 최대 경제국가인 중국이 경제력을 앞세워 경제적으로 취약한 동·중부 유럽국가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유럽에 침투해오는 것을 거의 묵인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EU는 유럽과 인도·태평양지역을 동일선상에서 보기 시작했고 우크라이나 위기를 인도·태평양의 위험한 선례로 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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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에 따라 EU는 ‘안보(安保)와 방위(防衛)를 위한 전략적 나침반’에서 “EU가 지정학적·경제적 이익을 가지고 있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지정학적 긴장으로 규칙에 기반한 질서와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위협받고 있으며 이러한 긴장에 중국(中國)이 깊이 개입해있다”고 지적하고 “EU는 국제법 적용 보장을 통해 EU의 이익을 보호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EU는 강력히 단결할 것이며 지역 및 글로벌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임을 천명하였다.

 

이어서 NATO도 2022년 6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12년 만에 새로운 전략개념인 󰡐2022 NATO 전략개념(Strategic Concept)󰡑을 채택하면서 중국(中國)을 ‘체계적(體系的) 도전’(Systemic Challenge)이라고 규정하였다.

 

이처럼 유럽은 미국과의 동맹을 통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직접개입의 문을 열어 놓음으로써 활동영역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해나갔다.

 

13) 이와 같이 유럽은 자체 군사력(軍事力)과 활동영역을 확대해나가면서도 우크라이나의 항전과 미국 등의 지원을 보면서 안보의 최후보루는 동맹이며 그리고 러시아가 넘지 못할 레드라인은 NATO라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비동맹 중립(中立)노선을 견지해오던 스웨덴, 핀란드 등이 NATO가입을 신청하고 오스트리아, 아일란드 등 여타 중립국들도 NATO 가입을 고려하는 등 뇌사상태에 빠졌다고 일컬을 정도로 무기력하고 이완되어 있던 NATO가 급속한 복원을 넘어 더욱 확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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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이에 따라 러시아와 NATO간의 완충역할을 하던 회색지대가 사라지고 새로운 지정학적 결전장으로 떠오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인접(隣接)국가인 폴란드와 발틱 국가(Baltic States)들이 자리 잡고 있는 동부유럽이 러시아와의 새로운 전선으로 부상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2월 21-22일 폴란드를 방문, 동부유럽 NATO 회원국들인 폴란드, 불가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이른바 부카레스트 9개국(Bucharest Nine) 정상들과 회담을 갖고 “부카레스트 9개국은 NATO의 집단방위시스템의 최전방”이라고 강조하면서 NATO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한데

 

이어 3월 21일에는 폴란드에 영구주둔 미군 기지를 설치함으로써 NATO의 무게 중심이 서유럽에서 동부유럽으로 이동하는 등 유럽 안보지형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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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상 살펴본바와 같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侵攻)은 잠자고 있던 유럽을 일깨워 약하고 미국과 분리된 유럽을 원했던 푸틴의 희망과는 달리 군사적으로 더욱 강해지고 정치·경제적으로 더 단합된 유럽을 출현시킴으로서 유럽안보뿐만 아니라 글로벌 안보에 전략적 이익을 생산하는 세력균형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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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점을 볼 때 미국주도의 민주주의 동맹체를 강화시키면서도 독자적인 길을 가면서 글로벌 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단일의 지정학적 한 축으로 귀환하고 있는 유럽은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우리의 세계전략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할 것이다.

 

 

(2023.4.1 한반도전략연구소장 김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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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2 山海

세계의 판도변화가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파악됩니다.

시대착오적(時代錯誤的)인 푸틴과 시진핑의 조급한 전략적 실책으로

그들의 음휸한 제국주의적 망상이 만천하게 명쾌하게 검증되었어요.

 

독일의 입지강화와 경제정책의 성공으로 영웅처럼 퇴장했던 메르켈이

푸틴을 신뢰했던 것이 엄청난 전략적 실패로 크게 부각되었으며,

또한 닉슨을 비롯하여 클린턴과 오바마를 비롯한 미국대통령들의

중공(中共)을 경제적(經濟的)으로 부강(富强)하도록 지원을 한다면

민주화(民主化)가 되어 세계평화(世界平和)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기대했던 순진한 환상(幻想)에서 벗어난 트럼프에 의하여 결국

중국과 적대관계(敵對關係)로 선언되었다.

 

따라서 아직도 공산주의 망령에 젖어있는 수많은 우리 국민들은

제2의 냉전체제로 진입된 현실을 직시하여 환상에서 깨어나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마음의 자세와 각오를 다짐해야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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